한동훈, ‘이종섭 즉각 귀국’ 입장 “그대로 간다”…尹·韓, ‘2차 갈등’ 기류

입력 2024-03-18 17:53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병원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수사 중 출국’ 논란이 계속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지난 1월 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 여부 등을 놓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1차 충돌’을 빚었던 것에 이어 ‘2차 충돌’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천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며 “당을 위해 헌신해온 분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친윤계와 한 위원장 간의 갈등이 공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위원장은 18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사에 대해 “공수처는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어제(17일) 밝힌 우리 입장은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 위원장은 17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의 즉각 소환과 이 대사의 즉각 귀국’ 입장을 밝혔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내용이, 이것에 대해선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이 대사가) 빨리 귀국해서 수사받는 것이 좋다”면서 “해임 문제를 포함해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인사들은 “한 위원장의 ‘작심 발언’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대통령실이 이 대사에 대해 ‘자진 사퇴’ 형식으로 해법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한 위원장이 갑자기 즉각 귀국을 촉구하면서 대통령실의 스텝이 꼬였다”면서 “한 위원장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되는 바람에 이 대사에 대한 교체나 경질 조치를 빠른 타이밍에 하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정 갈등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를 수사하는 공수처와도 공방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18일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 직후 이 대사와 관련해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수처 주장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만약에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 대사를 불러) 조사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대통령실 내에서는 최근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다른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 대해 자진 사퇴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이종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