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컬러 무료로 진단해드려요” 2030 여심 잡았다

입력 2024-03-18 16:54 수정 2024-03-18 17:19
이성혜(서 있는 이)씨가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 예수마을셀교회 2층 카페에서 박하영씨의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고 있다.

“립스틱은 딸기 우유 색상이 잘 어울리실 거고 볼 터치는 파스텔 계열을 발라야 얼굴이 환해 보일 거예요.”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 예수마을셀교회(박영 목사) 2층 카페. 한 여성이 화장법에 대한 조언을 건네자 앞에 앉아 있는 여성이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교회 청년 이성혜(34)씨가 처음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퍼스널 컬러’를 진단해주는 모습이다. 퍼스널 컬러란 개인이 가진 고유의 색으로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법과 코디법 등을 알 수 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중이다.

퍼스널 컬러 진단에 참여한 박하영(27·수원여대)씨는 대학교 정문 앞에서 전도하던 예수마을셀교회 청년부를 통해 교회에 찾아왔다. 박씨는 “비용이 평균 15만원대라 부담돼 포기하던 차에 공짜라고 해서 왔다”며 “교회에 와본 적이 없어서 방문을 망설였는데 막상 오니 다들 친절하시고 분위기도 좋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단에 나선 이씨는 박씨에게 여러 색상의 천을 대보며 어울리는 색상을 찾았다. 진단 내내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파스텔색이 정말 어울리세요.” “소개팅 나갈 때는 꼭 연분홍색을 입으세요.” 그러면서 소개팅과 연애 이야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오갔다.

이씨는 “전도를 위해선 청년들이 교회 문턱부터 넘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신자에게는 교회의 장벽이 굉장히 높다”며 “그 장벽을 깨기 위해선 흥미로운 이벤트가 필요했다”고 퍼스널 컬러 진단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씨를 비롯한 청년 성도 2명이 온라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비로 진단 키트까지 마련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씨는 “퍼스널 컬러 진단 이후 많을 땐 새 신자가 일주일에 15명도 넘게 찾아온다”며 “인근 교회에서 이 사역을 배우러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혜씨가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 예수마을셀교회 2층 카페에서 김이진씨에게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며 피부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퍼스널 컬러 진단 이후 이씨는 방문자들에게 교회 재방문을 권유했다. 또 다른 방문객 김이진(30·회사원)씨에게도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있으시니 오늘 저녁 워십 행사에 한 번 참여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이어졌다. 이에 김씨도 “진단해주신 언니가 너무 재밌고 좋으셔서 워십까지 참여해보고 싶다”며 수락했다.

색다른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씨와 같이 퍼스널 컬러 진단을 하고 있는 유지현(가명·29)씨는 “퍼스널 컬러 진단이 이단에서 많이 사용하는 포교방식이라 오해를 받을 때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탈교회 현상이 심각한 때에 청년들을 교회로 데려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 밝혔다. 예수마을셀교회는 퍼스널 컬러 진단 외에도 쿠킹 클래스, 향수 만들기, 뜨개질 등 다양한 사역을 진행 중이다.

박영 목사는 “이벤트는 청년들을 교회로 이끄는 ‘도구’에 불과할 뿐 그들을 계속해서 붙잡는 힘은 예수그리스도가 중심이 된 소그룹과 복음”이라 말했다. 교회는 처음엔 이벤트에 대한 관심으로 찾아온 청년들에게 소그룹 모임 등을 권유하며 진정한 복음을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 목사는우리 교회의 성공 사례를 보고 많은 교회가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며 “청년 전도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자”고 제안했다.

수원=글·사진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