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디펜딩 챔프…석패 속 KBO 자존심 세운 LG

입력 2024-03-18 16:13
프로야구 LG 트윈스 오지환(가운데)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 2회말 상대 선발 딜런 시즈를 상대로 1점 홈런을 때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맞대결에서 KBO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경기 내내 공·수 양면에서 탄탄한 짜임새로 ‘스타 군단’ 샌디에이고를 긴장하게 했다.

LG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서울시리즈 3번째 스페셜 매치에서 샌디에이고에 5대 4로 졌다.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선발투수 임찬규가 패전을 떠안았다.

염경엽 LG 감독의 의지는 선발 라인업에서부터 감지됐다. 전날 LA 다저스에 대패한 키움 히어로즈와 달리 LG는 최정예 타선을 가동했다. 심지어 팀 코리아에 선발돼 전날 저녁 경기를 소화했던 문보경까지 양해를 얻어 출전시켰다.

벤치의 각오는 선수단에도 전해졌다. 토종 에이스 임찬규의 호투가 주춧돌을 놨다. 1회 잰더 보가츠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출발한 임찬규는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4피안타 7탈삼진으로 호투했다. 2회 김하성의 홈런으로 내준 2점이 실점의 전부였다.

수비 집중력도 최고조였다. 내·외야 할 것 없이 여러 차례 호수비가 나왔다. 오지환은 자칫 내야안타가 될 수 있었던 땅볼을 제자리에서 송구해 타자 주자를 잡아냈고, 중견수 박해민은 6회 에귀 로사리오의 큼지막한 타구를 담장에 바짝 붙어 노바운드로 처리했다. 박동원은 정확한 송구로 2루 도루를 저지했다.

특유의 강타선은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오지환은 0-2로 뒤진 2회 상대 선발 딜런 시즈를 상대로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2022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시즈는 서울 원정 직전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오지환은 “워낙 공이 좋아 더 빠른 타이밍에 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돌이켰다. 9회 대타로 나선 이재원은 팀 선배 고우석을 공략해 4-5 턱밑까지 따라붙는 좌월 투런포를 작렬했다.

지난해부터 LG의 새 팀 컬러가 된 ‘발야구’는 스페셜 매치에서도 이어졌다. 앞서 홍창기와 문보경은 누상에서 횡사했지만 6회 선두타자 신민재가 도루에 이어 상대 실책까지 유발하며 만회점을 기록했다.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염 감독은 “승패를 떠나 두 팀 다 재밌는 경기를 했다”며 “감독으로서도, 선수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력 측면에선 구체적으로 주전 타자들의 타격감과 승리조의 투구를 호평했다. 투수진이 ‘옛 제자’ 김하성에게 홈런 두 방을 허용한 것을 두곤 “우리 투수들이 (김)하성이 타격감을 잘 잡아준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틀 내리 맹활약한 문보경에겐 외신도 관심을 보였다. 문보경은 이날 땅볼·뜬공 가리지 않고 허슬 플레이로 박수를 받았다. 야수로서의 그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은 염 감독은 “3루수론 어깨가 약하다는 약점을 나름대로 커버하고 있다”며 “1루 수비는 어느 리그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선전의 주역 오지환·임찬규는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우리 팀도 개막을 코앞에 둔 만큼 (실력의) 100%로, 이기는 경기를 하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임찬규 역시 “(샌디에이고가) 실력에선 한참 위지만 대등한 경기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