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 제도를 운영 중인 제주도가 지역 고등학교에 정복 자치경찰을 고정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4일부터 2주간 도내 한 고교에 정복 자치경찰을 시범 배치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 학교 측의 호응이 높게 나타남에 따라 도내 30개 전체 고교에 확대 배치하는 방안을 제주도교육청과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3개월 시범 실시 후 성과 분석을 실시하고, 상반기 교육행정협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인건비 분담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배치된 자치경찰은 등교부터 하교 시까지 학교에 머무르며 순찰, 교통지도, 학교폭력 예방 교육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결석 학생 발생 시 교사와 동행해 학생 상담에도 참여한다.
학교 측은 자치경찰이 상주하면서 학생들이 더 안심하고 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실시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서는 일반 교사가 진행할 때에 비해 학생들의 몰입도가 더 높았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국가경찰에 의한 학교전담경찰관제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전체 학교에 배치된 국가경찰은 총 12명이다. 경찰 1명이 평균 13개 학교를 담당하면서 예방보다는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사안 발생 시 사후 절차 안내 등의 업무를 맡는 실정이다.
제주도가 이달 초 자치경찰을 시범 배치한 것은 지난해 해당 고교에서 재학생에 의한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학교 여자 화장실 갑티슈 속에 몰카가 설치된 것을 여교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해당 학생은 학교는 물론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도 몰카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200명이 넘었다.
학부모들은 즉각 피해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하는 한편 올 초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만나 도청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자치경찰 배치는 후속 지원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도는 학교 폭력은 물론 성폭력, 디지털성범죄, 인터넷 중독, 약물 오남용 등 학교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범죄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전담 자치경찰이 예방적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8일 간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주간 혁신 성장 회의에서 “정복 입은 경찰관 한 명을 배치했는데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안도감 등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며 “학교안전경찰관제를 전 고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고교 재학생이었던 A군은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0월 18일까지 학교 여자 화장실과 제주시 내 식당 등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200여차례 불법 촬영을 하고, 불법 촬영물 일부를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A군은 지난해 퇴학 처분을 받았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