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18일 “의료 이용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방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해 겨우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고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25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다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지난 16일 이런 내용을 발표하며 “환자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방 위원장은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가 희생한 부분만 생각했지, 환자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또 “매일 신문,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의 크나큰 분노를 느꼈다. 자괴감도 느꼈다”면서 “자기 연민으로 인해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며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고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방 위원장은 전공의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은 저 역시 그런 환경에서 배웠기에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으로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협의체 마련이 쉽게 진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간과한 것이 있었다”며 “전공의들의 가슴에 상처가 많았다”고 했다. 방 위원장은 “2020년에도 의정협의체로 전공의들의 의견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그 이후) 필수의료가 나아진 것이 거의 없고, 2년 전에는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도 터졌다”고 전했다.
교수마저 현장을 떠나면 어떻게 하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 온 교수직을 던지는 것인데 오죽하면 그렇겠나”라며 “교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의 사직 결정은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해 25일 전까지 해법을 찾아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태가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대형병원 줄도산 파산으로 이어지고 의료는 완전히 무너진다”면서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써서 진심을 보여준 것이다. 전공의들이 돌아와달라는 호소”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