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BYD 잡는다… 전기차 개발 협력 나선 완성차 업계

입력 2024-03-18 00:03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경쟁사끼리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서로 협력을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키우고,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 등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닛산자동차와 혼다는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차와 차량 소프트웨어(SW) 등에서 협력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포괄적 협력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 2위·3위인 혼다와 닛산은 향후 전기차 주요 부품을 함께 개발하고, 차량 탑재용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할 방침이다. 배터리 공동 조달, 하이브리드차 등 전기차 공동 개발 등 협업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이 협력에 나선 건 전기차 시장 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회사들은 글로벌 전기차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휘발유 차량을 생산하면서 확보한 강점으로는 향후 전기차 경쟁에서 싸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아닌 테슬라 비야디(BYD) 등 비교적 신흥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테슬라와 비야디는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는 “신흥 세력 등이 진입하면서 시장의 변화 속도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경쟁사들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2위 업체인 폭스바겐 그룹은 최근 저가 전기차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력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부문에서 돈을 버는 것은 너무 어렵다”며 “더 많은 어깨에 플랫폼을 올려 비용을 공유하는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차 기술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파트너십을 고려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중국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면 향후 몇 년 동안 수익 20~30%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며 “전기차 비용 절감을 위해 다른 업체와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리바라 GM 회장도 “자본과 연구개발(R&D)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차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집단 개발’ 방식으로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울프리서치의 분석가인 로드 라셰는 “중국의 전기차 생산 비용이 서구 자동차 제조업체의 비용보다 30% 낮다”고 추정했다. 개발 비용이라도 낮춰야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만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회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