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책에 남성간 성행위 묘사가…美공교육 침투한 포괄적 성교육

입력 2024-03-17 12:40 수정 2024-03-17 23:42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픽사베이

미국에서 18년째 사는 최혜선(가명·49) 사모는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회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로부터 성교육 과정에 구강성교 등이 포함돼 있다는 볼멘소리를 접했다. 최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레즈비언이나 게이의 성관계까지 알려주는 성교육에 불만이 많지만 내 아이만 제외하면 오히려 이상해지는 분위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말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최씨와 마찬가지로 많은 크리스천 미국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광범위하게 적용된 친동성애 등 내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300명 이상의 캘리포니아주 학부모는 2019년 5월 공립학교의 성교육에 지나치게 외설적인 내용을 포함했다며 주 교육위원회에 항의 방문했다. 당시 학부모들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상대를 묶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성행위 방법이 소개됐다고 분노했다.

동성애자인 마크 리노 의원이 2010년 발의해 다음 해 발효된 캘리포니아주 SB48(Senator Bill 48)법안에 따르면 ‘인종, 성별, 국가 등을 이유로 차별적 편견을 조장하는 교육을 금지한다’는 내용에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의 차별 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이로 인해 중학교 이상의 공립학교는 동성 간은 물론 LGBT를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을 시행한다. 특히 학생들은 이런 포괄적 성교육이 포함된 ‘성과 건강(Sex and health education)’이라는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포괄적 성교육 자료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다수의 주 공립학교 도서관은 2021년 미국도서관협회가 선정한 가장 많은 민원이 제기되는 상위 목록 10위 중 하나인 ‘젠더퀴어(gender queer)’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는 남성 동성애자가 알몸으로 등장해 성행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이수현(가명·45)씨는 “8살 학생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고 울었다는 얘기를 자녀에게 전해 들었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립중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 '젠더 퀴어(gender queer)'의 내용. 독자 제공


한인 크리스천 학부모 단체인 TV넥스트(Traditional biblical Values for NEXT generations)는 공교육에 광범위하게 퍼진 포괄적 성교육에 문제를 제기하며 ‘학부모 권리 되찾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 발효된 ‘캘리포니아 청소년 성교육(California Healthy Youth Act)’이라고 불리는 AB329(Assembly Bill 329) 법안에 따르면 학부모는 차별금지법을 근거로 학교의 포괄적 성교육에서 자녀를 제외할 수 없다.

TV넥스트의 대표인 김태오 목사는 “캘리포니아의 성교육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크리스천 아이들조차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심지어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동대표인 김사라 사모는 “아이들이 올바른 성경적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학부모가 먼저 교육받고 자녀와 자연스럽게 소통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부모들은 ‘네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우리는 널 기다리고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TV넥스트는 성경적 성교육 자료를 제작해 나누고, 학생·부모를 대상으로 성경적 세계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08년 결혼은 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는 주민 발의안을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크리스천 변호사 모임인 미국의 태평양법률협회에서 활동하는 주성철 목사도 “학부모들은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성장기 자녀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교회와 함께 다음세대 지키기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며 “학교에서 어떤 분위기로 교육을 하는지, 어떤 교육과 정책들을 이뤄가는지 점검을 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김수연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