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기 위해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관련 방송을 제작한 PD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뒤늦게 공개됐다. 가해자의 편지를 본 전문가는 ‘글씨체에서 이기적인 특성’이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김재환 SBS PD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30대 남성 이모씨에게서 받은 자필 편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 PD는 지난해 4월 방송된 1347회차 그알 ‘사라진 7분–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진실’ 편을 제작했다.
가해자 이씨는 편지에서 “김 PD님, 방송과 그전 예고편 전부 다 봤습니다. 진짜 너무하네요”라면서 “아이고, 내 하나로 돈 버니 좋겠네요. 수고하시고 평생 잘 먹고 잘사세요~”라고 적었다. 이어 “마음으로 해주니까 내가 우스워 보였나 봅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PD는 ‘마음으로 해주니까’라는 단락에 대해 “교도소에 접견 갔을 때 자기는 진심으로 말했다는 이런 의미 같다”고 해석했다.
이씨는 또 “PD님도 가족이 있을 거 아닙니까”라면서 “우리 가족은 그거(방송) 보고 뭐라 생각하고 마음 아파할지 생각이란 걸 안 합니까?!!!”라고도 적었다.
본인이 저지른 범행에 대한 반성보다는 자기 가족에 대한 걱정을 토로한 글이었다. 김 PD는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 얼핏 보면 명필처럼 보이지만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이 자체가 가해자의 이기적인 특성을 드러낸다”며 “누군가가 이 글을 이해하라고 쓴 게 아니라 본인에게만 예쁘게 쓰고, 가독성은 떨어지게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부산 서면에서 가해자 이씨가 새벽에 혼자 귀가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발차기로 쓰러뜨린 뒤 CCTV 사각지대에서 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한 사건이다.
이씨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이후 피해자에게 출소 후 보복하겠다는 발언과 전 여자친구에게 보복 협박 편지를 보낸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최근 ‘작가 김진주’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사건과 지난 2년여간 회복 과정을 담은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펴내기도 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