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서울 ‘빅5’ 병원들이 하루에 수십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서울대병원은 1000억원 규모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병원들은 하루 평균 최소 7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규모가 큰 병원들의 손실액은 하루 10억원을 넘는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에 투자를 많이 하는 특성상 원래 적자 폭이 컸는데, 이번 의료공백 사태로 예년 대비 매출이 하루 10억원 감소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원래 지난해에도 900억원 적자가 났는데,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며 “장기화할 경우 경영이 정말 어려워지고, 새로운 장비와 시설 투자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원으로 상향시켰다.
서울아산병원도 병상 가동률이 급감하며 하루 10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2월 19일부터 단체 행동이 시작됐고 3월까지 계속하고 있으니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운영자금이 모자라면 우리 병원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병원 수익이 악화하자 병원들은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사립대 병원들로부터 정부가 사립대 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사업 예산을 좀 더 늘려달라는 건의가 최근 들어왔다”고 밝혔다.
사학진흥재단은 사립학교나 학교법인을 대상으로 600억원 규모의 융자사업을 하고 있다. 주로 부속병원 시설 신·증축, 개·보수, 의료 기자재 확충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금액이다. 금리는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인 연 2.67%다.
병원들은 자체적으로도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육지책에 나서고 있다. 직원 무급휴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입원 병동을 통폐합하는 등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동아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전국 곳곳의 병원들이 간호사, 행정직, 기술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전남대병원, 대전성모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제주대병원 등은 일부 병동을 통폐합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