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가마우지 포획작전이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물가마우지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됨에 따라 총기 등을 사용해 강제로 포획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민물가마우지는 토종 어류는 물론 양식장과 낚시터의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엄청난 피해를 줬다. 하지만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어 포획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환경부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면서 이날부터 포획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강원도 9개 시·군을 비롯한 전국 28개 지자체는 환경부에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줄 것을 지속해서 건의해 왔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민물가마우지는 연해주와 사할린 등지에서 번식하고 겨울철마다 한국과 일본으로 내려오던 겨울 철새다. 하지만 2000년 초반부터 국내 기후에 적응하며 텃새화됐다. 한 쌍이 한 번에 4~5마리, 연 2~3회나 산란해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2010년 중반까지 개체 수는 1만 마리 정도였으나 2020년 이후 3만여 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민물가마우지가 양식장이나 낚시터에 경제적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평균 700g의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번식기에는 1㎏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내에는 춘천 영월 인제 등 9개 시·군 하천과 호수, 저수지 등 42곳에서 2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내수면 어획량은 2017년 933t에서 2021년 613t으로 감소했다. 민물가마우지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도는 추정하고 있다.
산성이 강한 배설물 때문에 나무가 하얗게 말라 죽는 수목 백화 현상도 골칫거리다. 원주시는 매지저수지 내 거북섬의 나무가 배설물로 모두 말라 죽자 다시 나무를 심어 복원하고 있다. 소양강 하류에서 겨울철 상고대를 연출해 장관을 이루던 춘천 버드나무 군락은 민물가마우지가 집단서식하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강원도 시·군은 포획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인 개체 수 조절에 나선다. 민물가마우지를 포획하려면 피해 조사와 확인을 거쳐 시장 군수가 포획지구를 지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피해방지단을 통해 수렵에 나서게 된다.
강원도 양구군은 수렵면허 소지자 등 25명의 수렵인으로 피해방지단을 구성하고 민물가마우지 포획에 나설 계획이다. 소양호 일원 집단서식지를 중심으로 배로 접근한 뒤 총기를 활용해 포획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양구군 관계자는 “그동안 민물가마우지들이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아먹고, 어민들의 그물까지 훼손하는 등 피해가 컸다”며 “유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민물가마우지가 집단서식하는 춘천시 등 강원도내 나머지 8개 시군도 포획에 나설 계획이다. 춘천시는 버드나무 군락 보호를 위해 산란기에 고압 살수기 등을 이용해 둥지를 털어내고 나무에 쌓인 배설물을 씻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