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 14일 침몰한 102해진호는 어획물 적재불량으로 인한 복원력 상실이 침몰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5일 통영해경에 따르면 해진호는 사고당일 평소보다 많은 어획물을 배 뒤쪽 갑판에 적재한 상태에서 이동 중 뒤쪽이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했다는 생존 선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침몰 선박은 평소 어획량인 10~20여t 보다 많은 40여t의 정어리 등 어획물과 어구를 배 뒤쪽 갑판에 적재한 상태로 이동하다 배 뒤쪽이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원칙적으로는 어창에 어획물을 보관해야 했으나 오전 5시쯤 열리는 통영수협 위판 시간에 맞추려 급하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침몰 선박 선원들이 어구와 어획물을 배 뒤쪽 갑판에 보관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특별히 기상 상황이 나쁘지 않은 상태에서 높지 않은 파도라도 어구 안에 있는 많은 양의 어획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박이 복원력을 잃어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망자와 실종자 모두가 한국인 승선원인 것은 한국인 선원이 선장, 기관장 등으로 선실 내 조타 등 업무를 하고 있어 배 침몰 당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반면 외국인 선원들은 갑판 등에 위치해 비교적 쉽게 탈출한 것으로 보고있다.
해경은 선원 진술 외 불법조업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함께 조업에 나선 선단선 선원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하는 한편 당시 기상 자료와 사고 선박의 항적 등을 분석하고 있다.
사고 선박은 부산선적 139t급 쌍끌이 저인망 어선으로 지난 14일 오전 4시15분쯤 통영시 욕지도 남쪽 4.6해리(약 8.5㎞) 해상에서 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6명, 베트남인 1명 등 11명이 승선해 조업을 마치고 귀항 하던 중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선장 등 선원 3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한국인 선원 1명은 실종 상태다. 외국인 선원 7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오전 6시29분쯤 통영시 욕지도 남쪽 37해리(약 68㎞) 해상에서 침몰한 제주 선적 20t급 근해연승어선은 승선원 모두가 숨지거나 실종된 상태여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힘든 상태다.
이 배에는 선장 등 한국인 2명과 외국인 7명이 승선해 한국인 선장 등 4명이 사망하고, 한국인 선원 등 5명이 실종돼 해경이 경비함정 12척과 유관기관 선박 1척, 항공기 2기 등을 동원해 일주일째 수색 중이다.
침몰한 선박은 지난 13일 통영항으로 예인, 남해해양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선박설계업체 등 관계자 20여명이 함께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을 했다. 감식 결과는 한달 후 나올 예정이다.
통영=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