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급식, 초1 조카 매워 못먹어” 하소연…되레 역풍

입력 2024-03-15 06:53
한 네티즌이 공개한 초등학교 1학년 조카의 급식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초등학교 1학년 조카를 둔 이모가 조카의 급식에 매운 반찬이 많이 나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가 되레 빈축을 샀다.

자신의 조카가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고 밝힌 A씨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학년 반찬에 고춧가루 빨간 음식이 많이 나오냐”며 올린 글을 두고 15일 온라인상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A씨는 “조카가 매워서 밥을 못 먹겠다고 징징거린다는데 제가 봐도 아이가 먹을 만한 메뉴는 아닌 것 같다”며 “조카 부모 입장에서는 좀 그렇긴 한데 요즘 (학교에) 뭐라 하면 갑질 부모 소리 들을까 봐 말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덜 맵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진상으로는 빨간 고춧가루가 많이 보이긴 했다. 아이도 매워서 못 먹었다고 했다”면서 “다른 학교도 대부분 저렇게 나오나. 그렇다면 할 말 없지만 주변에 초등학생 아이를 둔 집이 없어서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A씨가 급식 사진을 여러 장 첨부했다. 사진상으로 봤을 때 ‘고춧가루 빨간 음식’은 깍두기, 김치볶음밥, 파김치, 깻잎장아찌, 닭갈비, 부대찌개 정도로 보인다. 해당 메뉴들은 돈가스, 멸치볶음, 부추계란찜, 시금치, 버섯볶음 등 맵지 않은 반찬들과 적절히 어우러져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이 공개한 초등학교 1학년 조카의 급식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연을 접한 대다수 네티즌들은 유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통 다 이렇게 나온다” “다수를 대상으로 영양분 맞춰 짠 식단인데 개개인 입맛에 맞출 순 없다” “영양사도 극한직업이다” “마음에 안 들면 도시락 싸서 보내시라” 등 댓글이 달렸다.

현직 영양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병설 유치원 학부모들이 ‘빨간 급식’에 대한 걱정이 많으신 거 알고 있다”며 “일부 초등학생 급식에는 일반 가정에서 먹는 고추장과는 달리 덜 매운 고추장을 쓴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 원생에게 매운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시민단체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인권위는 “매운맛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며 “조리 과정에서 하나의 음식에서 여러 맛이 복합적으로 나기 때문에 매움의 정도에 대한 객관적인 수준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의 매움이 아동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준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