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각 부처가 3달째 민생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부터 장학금 지원 대상 확대까지 재정 투입이 필수인 내용이 매주 발표된다. 총선을 앞두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는 공약을 남발한다는 야당의 비판에도 정부가 구체적 재정 투입 규모를 발표하지 않아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기준 현재까지 20차례의 민생토론회가 개최됐다. 연초 진행되는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민생토론회로 대체됐다. 이에 각 부처는 민생토론회마다 굵직한 투자 계획과 신규 사업을 들고 나왔다. 그 중 구체적 추진 시기와 이에 따른 재정 투입 규모가 모두 공개된 사업은 찾기 힘들다.
대표적으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과 철도·고속도로 지하화 등의 계획을 밝혔다. 지방에 광역급행철도(x-TX)를 도입해 교통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정부는 이같은 3대 혁신에 30조원의 국비가 투입된다고 밝혔다. 이는 GTX, 지방 광역급행철도, 철도·도로 지하화, 신도시 교통 개선 등에 투입되는 총 비용이다. 구체적으로 각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알 수 없다. 또한 몇 년에 걸쳐 30조원의 국비가 투입되는지 설명되지 않아 공약 실현을 위해 올해 어느 정도의 재정 필요한지 추산이 어렵다.
지난달 16일 열두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한국형 스타이펜드’ 제도도 마찬가지다. 한국형 스타이펜드 제도는 이공계 대학원생에 매월 일정 금액 이상의 재정 지원을 보장하는 연구생활장학금 제도다. 석사는 월 80만원, 박사는 월 11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같은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장학금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5일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15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 지급 규모인 100만명의 1.5배 수준이다. 당장 올해부터 150만명에 국가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단순하게 계산해 작년보다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이 1.5배 늘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은 4조7204억원으로 지난해(4조5664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재정 투입이 명확한 사업을 추진하며 정부가 그 규모를 공개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은 ‘선심성 공약’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총선을 ‘관권선거’로 치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누비며 공수표를 남발하고 약 925조원의 퍼주기 약속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반박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각 사업들의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 규모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구체적 규모를 언급했다가 추후 그대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도 있다. 일부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하거나 연구용역 등의 절차가 남아 당장 예산 투입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생토론회 때 언급한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 되는 건 맞지만 아직 각 사업 부처에서 구체적 예산안을 들고 오지 않았다”며 “본격 예산 편성 시기가 되어야 구체적이고 정확한 재정 투입규모를 알 수 있다 ”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