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일본에서 지하철 사린(맹독성 신경가스) 테러로 수천명의 사상자를 내 2018년 사형된 ‘옴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본명 마쓰모토 지즈오)의 유골을 가족에게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아사하라 둘째 딸이 2022년 10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유골 반환을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전날 딸의 손을 들어줬다. 아사하라의 딸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려 한다”며 유골과 머리카락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반환을 거부할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사하라 차녀는 2018년 7월 아사하라의 사형 집행 뒤 유골 소유를 놓고 자매들과 소유권 다툼을 벌였다. 그는 결국 소송전 끝에 2021년 7월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승소해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이비 종교 단체 교주인 아사하라의 유골을 내주지 않았다. 유골이 인도되면 옴진리교를 잇는 종교 단체나 신자에게 다시 넘겨져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사하라 유골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공공의 안전과 사회질서가 해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아사하라 차녀는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하며 아버지 유골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고이케 아유미 재판장은 “정부 주장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며 추상적인 가능성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소유권 행사의 제한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옴진리교는 아사하라 전 교주가 1984년 요가를 수행하는 도장(옴신선회)을 개설하면서 만든 단체다. 그는 이후 단체의 명칭을 옴진리교로 바꾼 뒤 ‘일본의 왕이 돼 세상을 지배하겠다’며 종말론적 신앙론을 펼쳤다.
이 단체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교세를 확대대하는 과정에서 사린가스와 세균가스 등 살상 무기 확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결국 1995년 3월 도쿄 지하철 3개 노선과 5개 차량에서 출근하는 승객들에게 사린가스를 뿌리는 지하철 사린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29명이 사망하고 6500여명이 다쳤다.
신도들은 수차례 저지른 살인의 정황을 파악한 경찰이 옴진리교 본부를 기습할 것을 우려해 주의를 돌리고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아사하라를 비롯해 옴 진리교 전 간부 등 13명은 사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사형은 2018년 7월 모두 집행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