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알래스카 전통 개썰매 대회에서 썰매견 여덟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회 존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ABC뉴스는 올해 ‘아이디타로드(Iditarod)’ 대회 진행 중 세 마리의 썰매견이 사망했고, 훈련 과정에서 다섯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에스키모어로 ‘먼 길’, ‘먼 거리’를 뜻하는 아이디타로드는 1973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매년 3월 초 개최되는 알래스카의 전통 개썰매 경주 대회다. 대회 시작점은 1925년 알래스카 북서부 항구 놈(Nome)에서 디프테리아가 확산하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놈까지 철도망이 깔려 있지 않았고, 항공편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면역혈청이나 치료제를 전달할 유일한 방법은 개썰매밖에 없었다. 1925년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모두 20명의 머셔(Musher·썰매꾼)가 150여마리의 썰매개로 릴레이를 펼치며 면역혈청을 운반해 마을을 구한 일이 있었다.
이들의 릴레이 운반 거리는 1085㎞에 달했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가혹한 환경으로 인해 운반 과정에서 수많은 썰매견들이 목숨을 잃는 등 큰 희생을 치렀다. 관련 이야기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발토(Balto·1995), 영화 토고(Togo·2019)도 제작됐다. 1973년 릴레이에 나선 썰매꾼과 썰매견을 기리기 위해 첫 아이디타로드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10여 마리의 개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 서울~부산의 4배 거리인 약 1600km(앵커리지~놈)의 광활한 설원을 주파해야 한다. 영하 30도의 강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데다가 완주하는 데 길게는 15일 이상 소요되는 탓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레이스’로도 알려져 있다.
그간 아이디타로드 대회는 썰매꾼과 썰매견이 한 몸이 되어 한계를 극복해내는 감동 서사를 부각하면서 알래스카 최고의 인기 스포츠 대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동시에 동물 학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경주에 동원되는 썰매견들이 추위 속에 방치되거나 배고픔에 굶주리는 등 학대받고 있으며, 그간 150여마리 이상이 대회 도중 사망했다는 사실을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폭로하면서 폐지 여론이 커졌다.
ABC뉴스는 올해 경주에서 사망한 썰매견 세 마리는 각각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썰매견을 잃은 세 명의 참가자는 모두 기권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두 명은 이번 대회가 첫 출전인 초심자였다.
페타의 수석 매니저 멜라니 존슨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중단하고 대회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아이디타로드는 개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썰매견들에 강요하고 있다”며 “썰매견은 스포츠용품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한편 주최 측은 아이디타로드가 썰매견을 학대하는 대회로 비춰지는 현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아이디타로드의 CEO 롭 우르바흐는 과거 인터뷰에서 페타 측의 동물학대 주장에 대해 “매우 선동적이고 부정확하다”고 반박하면서 대회에 참가하는 썰매견의 건강, 영양, 훈련 환경 개선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우르바흐는 “매우 실망스러운(disheartening) 일”이라며 “사망한 개들의 부검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