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시절 집값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125차례에 걸쳐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지검은 14일 김수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11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통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주택 통계를 125차례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국토부가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매주 3차례 대통령비서실에 미리 보고하게 했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이다.
또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사전 검열해 2021년 8월까지 수시로 서울·인천·경기 지역 주택 매매·전셋값 변동률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원 임직원들이 사전 보고가 부당하다며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하자 김상조 전 실장은 “사전 보고를 폐지하면 부동산원 예산이 없어질 텐데, 괜찮겠냐”고 압박하며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6·17 대책 등 각종 부동산 대책 시행 전후와 2019년 대통령 취임 2주년, 2020년 총선 무렵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조작이 집중됐다고 밝혔다.
김상조 전 실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4명은 고용통계를 정부에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들은 고용통계 조사 결과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자 새로운 통계조사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 수치가 증가했다는 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주택통계 조작 의혹을 받은 장하성·이호승 전 정책실장 등 11명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며 “부동산 대책 실패로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자 대통령비서실 주도로 장기간 국가 통계를 조직적으로 조작하거나 통계조사 결과를 왜곡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조작된 변동률 때문에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됐고 국가통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결국 주택통계 산정에 들어간 세금 368억원이 허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