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공황장애 증상으로 곤란을 겪은 남성이 자신을 보살펴 준 뒤 말없이 자리를 뜬 ‘노씨 성의 부사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13일 페이스북 육군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6년째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20대 남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 9일 자정쯤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퇴근하던 열차 안에서 갑작스러운 ‘과호흡 증상’을 겪었다. 그는 “과호흡 증상은 공황장애(공황발작) 증상 중 하나”라면서 “그동안 지하철에서 현기증이 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과호흡이 일어나면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적은 처음이었다”고 적었다.
급하게 구일역에서 내린 A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고 한다. A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파르르 떨리면서 경련 증상이 왔다”며 “인천행 마지막 열차가 도착했고,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커스장 원숭이 바라보듯 보고, 몇몇 승객들도 무심코 지나쳤다”고 전했다.
A씨는 바로 그때 자신에게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검정 롱코트의 한 남성을 기억했다. A씨는 “(그 분이) 코트를 벗어서 제 무릎을 덮어주시고, 주머니에 있는 신경 안정제를 꺼내 입 안에 넣어줬다”며 “구일역 역무원 선생님과 함께 신경안정제 복용을 도와주시고, 역무실까지 부축해줘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에 볼 일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그 일을 미루고 제가 의식을 되찾을 수 있게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한 시간 가량 도와줬다”며 “노씨 성을 가지신 부사관분이라고 들었다. 마지막까지 한사코 사례를 거절했다”고 했다. 이어 “어느 부대 소속인지도 몰라서 어떻게든 사례를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서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를 살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덕분에 제가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A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역시 살기 좋은 나라이다” “노씨 성을 가진 분께 감사드린다” “천만 다행이다. 건강 잘 챙기시라” 등이 반응을 보였다.
당시 부사관과 함께 A씨를 도운 역무원 박모씨도 14일 국민일보에 “역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는 “함께 계셨던 군인 분이 누군지 자세히 알 순 없었다. 본인이 알려주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