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판매자 만났는데”… 직거래도 못 믿을 ‘삼자 사기’

입력 2024-03-14 07:04 수정 2024-03-14 10:04
KBS 보도 캡처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직거래하는 이들을 상대로 ‘삼자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그동안 직거래는 택배 거래에 비해 비교적 사기로부터 안전하다고 인식됐다. 하지만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돈만 가로채 달아나는 ‘삼자 사기’는 피하기 어려웠다고 피해자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 KBS 보도에 따르면 박모씨는 온라인 중고시장에 200만원대에 나온 새 노트북을 직거래로 구입하기로 했다. 판매자는 먼저 전화번호를 밝히면서 문자로 연락을 하자고 했다.

KBS 보도 캡처

그런데 거래당일 판매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나왔다. ‘사정이 있어 직원을 내보낸다’는 판매자는 돈을 받을 계좌번호를 박씨에게 문자로 미리 보냈다. 박씨가 거래 현장에 나가 보니 맥북 박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의심 없이 돈을 보내고 포장을 뜯으려는데 물건을 가져온 사람이 당황해하며 “왜 뜯냐”고 했다.

알고 보니 박씨는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사기꾼이 실제 판매자가 올린 글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자신의 글인 척 올리고 실제 판매자에게는 제품을 사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박씨를 만나게 했다. 구매자에게는 판매자인 척, 판매자에게는 구매자인 척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런 수법으로 160여명이 2억원대 사기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직거래라 안심했지만 가짜 게시글이었다.

돈을 받는 데 사용된 계좌는 대부분 대포통장이었다. 경찰은 대포통장 명의자 5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박씨뿐만 아니라 한 유튜버도 거의 비슷한 수법으로 ‘삼자 사기’를 당했다고 밝혔다. 구독자 91만명을 보유한 대형 유튜버 ‘소근커플’의 김근명씨도 500만원대 카메라를 직거래하려다가 피해를 입었다.

유튜브 채널 '소근커플' 영상 캡처

김씨는 직거래를 위해 판매자와 만나기로 했으나 ‘갑자기 일이 생겨 직원을 보내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직원에게 심부름값을 더 얹어주기 싫으니 만나도 단가는 비밀로 해 달라’는 식의 부탁도 받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직거래 현장에 가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나와 있었다. 김씨는 “사진상 보던 카메라와 흠이 난 부분까지 완전히 똑같아서 안심했다”고 했다.

10분 동안 꼼꼼하게 물건을 확인한 김씨는 계좌번호에 입금하기 전에 더치트에 계좌를 검색해 봤다.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의심 없이 이체하고 물건을 가져가려는데 갑자기 직원이란 사람이 “입금이 안 됐는데요?”라며 이상하게 쳐다봤다고 했다. 입금 은행도 달랐고 금액도 달랐다.

알고 보니 직원이라고 나온 사람이 실제 판매자였다. 실제 판매자가 다른 플랫폼에 올린 글을 사기꾼이 또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렸고, 김씨가 이를 본 것이다. 김씨 부부는 “주변 사람들도 직거래했는데 사기를 당할 수가 있냐며 황당해했다”고 착잡한 심정을 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