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가 마지막 남은 월세 보증금까지 내놓고 생을 마감했다. 박 할머니가 평생 기부한 금액은 약 7억원에 이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박 할머니가 지난 11일 9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이 살던 집 보증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13일 밝혔다.
박 할머니는 2008년 “몸이 아프거나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3억원을 초록우산에 기부했다. 이 돈은 박 할머니가 20년간 매일 남한산성 꼭대기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이다.
열 살 무렵 학교를 중퇴하고 먹고 살기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박 할머니는 당시 “자라날 아이들이 공부할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며 기부금을 전했다.
지적장애인 11명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20여년간 친자식처럼 돌봤던 할머니는 2021년 장애인 거주시설 건립금으로 3억원을 추가로 전달했다. 박 할머니는 젊은 시절 돈이 모이면 집을 사두고, 시간이 흘러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기부금을 마련해왔다고 한다. 할머니는 같은 해 월셋집 보증금 일부인 2000만원도 기부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9월 ‘LG의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할머니가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할머니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365일 사계절을 쉬지 않고 일해 손이 성할 날이 없었다. 은행에 갈 시간도 없어 걸레에 돈을 싸 보관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언젠가 나처럼 힘든 사람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어릴적 나같이 불쌍한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전했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소망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박 할머니는 화장 뒤 안성추모공원에 안치됐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