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가 향후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질병 확산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BBC는 12일(현지시간) 기후 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그에 따른 질병 확산으로 바나나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UN 식량농업기구(FAO) 수석 경제학자 파스 리우는 “기후 변화는 급격히 퍼지는 질병과 결합하며 바나나 공급에 엄청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리우는 바나나 생산, 유통, 수출입국 관계자들이 모인 유엔 산하 ‘세계 바나나 포럼(WBF)’에도 속해 있다.
바나나는 영국에서만 매년 50억개 정도 수입될 정도로 국가 간 이동이 많은 작물이다. 이에 따라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가 내 유통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주 영국에선 해상에서 발생한 폭풍으로 인해 영국 내 바나나 유통이 영향을 받았다.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는 바나나가 온도 변화에 따른 생산량 변화가 크고, 온도 상승에 따른 질병 확산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바나나 뿌리를 썩게 만드는 파나마병을 유발하는 곰팡이 ‘푸사리움 윌트 TR4(Fusarium Wilt TR4)’가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바나나끼리 유전자가 비슷한 탓에 하나가 파나마병에 걸리면 근처 모든 바나나에 퍼지고 제거도 힘들다.
특히 소비되는 바나나의 대부분은 ‘캐번디시’라는 단일종이다. 푸사리움은 캐번디시를 위협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유발하기도 했다.
리우는 “푸사리움 포자는 저항력이 매우 강하고 홍수나 강풍을 매개로 퍼질 수 있다”며 “이상 기후 현상이 파나마병을 훨씬 빠르게 확산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푸사리움 포자는 호주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퍼졌고 현재는 남미로까지 확산됐다.
동시에 운송 비용이 상승하고 인력 부족 등의 현상으로 영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바나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우는 “공급이 크게 늘지 않으면 바나나 가격은 당분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