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반영됐다” 네티즌 조롱 산 AI 로봇…女기자 신체 접촉

입력 2024-03-13 14:25
여성 기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엑스'의 @Megh Updates 계정 캡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여성 기자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한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사우디의 로봇 회사 QSS는 최근 리야드에서 개최된 기술 행사 딥페스트(DeepFest)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무함마드(Muhammad)를 선보였다. 무함마드는 사우디 남성의 전통 의상을 입었으며, 아랍어와 영어를 구사했다.

딥페스트 측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 무함마드를 ‘인간의 모습을 한 사우디의 첫 번째 로봇’이라며 사우디의 AI 기술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무함마드는 각종 SNS에서 기술적 성과 보다,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으로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알 아라비야의 기자 라위야 카셈이 무함마드의 앞에서 방송을 진행하던 중 무함마드가 손을 움직여 카셈의 신체를 접촉한 것이다. 카셈은 이에 무함마드 쪽으로 몸을 돌리며 불쾌하다는 듯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무함마드의 행동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보인다며, “현실이 반영된 장면”이라고 조롱 섞인 댓글을 달았다. 반면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이었으며, 우연히 신체 접촉이 발생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QSS 측은 “시연할 때 기자를 포함한 스태프들에게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알렸다”면서 로봇이 움직이는 동안 일정 범위 내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AI 기술이 적용된 로봇이나 서비스가 윤리성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2019년 AI 의료 솔루션인 ‘옵텀(Optum)’이 흑인 환자보다 백인 환자에게 더욱 많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 상태가 같더라도 흑인 환자가 보통 치료에 돈을 덜 쓰는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한 탓이다. AI 챗봇 생성 애플리케이션인 ‘레플리카(Replika)’의 일부 사용자가 언어폭력과 성희롱 발언을 일삼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AI 윤리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 AI 윤리기준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AI 기본법 성격의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최근 AI 기술을 규제하는 법안인 ‘AI 법(AI Act)’의 최종안에 합의했으며, 미국 정부도 AI 개발 및 활용에 대한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