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으로부터 지켜달라”… 충주맨의 묵직한 ‘9초 추모’

입력 2024-03-13 11:31 수정 2024-03-13 13:00
충주시 유튜브 채널 캡처

충북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김포시 공무원을 추모하는 영상을 올렸다.

지난 12일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9초 분량의 영상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만이 나왔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미사곡인 모차르트 레퀴엠 제3곡 ‘세퀜티아: 눈물의 날’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채널 관리자 김선태 주무관은 영상 아래 댓글란에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지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13일 오전 11시 기준 김 주무관의 댓글에는 좋아요 1만6000여개가 눌렸다. “김포시 공무원 추모 영상이구나” “공무원들도 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나라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등의 대댓글이 달렸다.

이번 충TV의 영상은 지난 5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 서구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포시 9급 공무원 30대 A씨를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달 29일 김포한강로 강화 방면에서 포트홀 보수 공사로 불거진 교통 정체로 항의성 민원에 시달려 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부 민원인들이 온라인 카페에 A씨 신상을 공개하고, 인신공격성 글을 게시하는 등 공무원을 상대로 악성민원을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시는 숨진 시청 공무원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추모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기도 했다.

김포시는 온라인 카페 누리꾼들을 공무집행방해, 모욕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숨진 공무원 A씨를 겨냥해 작성된 신상 공개, 인신 공격성 게시글을 수집하고 민원 전화 통화 내용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