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소방관 아들 잃은 80대 父…평생 모은 5억 기부

입력 2024-03-13 07:35 수정 2024-03-13 10:20
순직한 소방관 아들 이름으로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한 아버지 김경수씨. 소방청 제공

26년 전 소방관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평생 모아온 5억원을 아들 이름으로 기부했다.

소방청은 12일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을 개최했다. 고(故) 김기범(당시 26세) 소방교는 1998년 대구 금호강에서 여중생 3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인근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함께 출동했던 김현철 소방교, 이국희 소방위와 순직했다.

김기범 소방관의 아버지 김경수(83)씨는 아들 이름으로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소방청에 5억원을 기탁했다.

소방청은 5억원으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을 만들어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와 군위군 대한전몰군경유족회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 소방청 제공

김경수씨는 “아들이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소방본부는 훌륭한 뜻에 대한 보답으로 김경수씨를 대구소방본부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같은 아픔을 겪은 순직 소방공무원 유자녀들이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 내 주신 아버님의 숭고한 뜻에 감사드린다”며 “김기범 소방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