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논란을 키운 로버트 허 특별 검사의 기밀 유출·불법보관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난타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특검이 정치적 의도로 부정확한 표면을 사용했다고 비난했고, 공화당은 불기소 결정이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5시간 분량의 녹취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실제 장남 보의 사망 날짜 등 일부 시기 등에 대해 헷갈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진술은 명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 언제 사망했지”
허 특검은 12일(현지시간)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대통령 기억력에 대한 특검 보고서상의 내 평가는 필수적이었고, 정확하고 공정했다”며 “내가 쓴 것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믿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왜’(불기소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며 “내 결정이 신뢰를 받도록 하려면 단지 불기소하고 거기서 그만둔다고 선언하는 것으론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기억력은 그가 의도적으로 기밀을 불법 반출·보관했는지를 판단할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는 의미다.
앞서 허 특검은 지난달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기술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날 공개된 258페이지 분량의 녹취록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실제 장남 사망 연도를 헷갈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통령 퇴임 직후 업무와 관련한 서류를 어디에 보관했는지 추궁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잘 모르겠다. 이 시기에 아들이 파병됐고, 또 죽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보가 어느 달에 사망했지? 맙소사. 5월 30일…”이라고 머뭇거렸다. 곧 백악관 변호사가 “2015년”이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2015년에 사망했나?”라고 반문했다.
녹취록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가 당선된 게 2017년 11월이었냐”고 말하자 익명의 남성이 “2016년”이라고 정정한 장면도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문건 유출 경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그게 2013년이었다면, 그런데 내가 언제 퇴임했지?”라고 물었고, 2017년이라는 측근 도움으로 답변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은 대체로 정확한 내용을 진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장남 사망 등 일부를 제외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사안에서 매우 상세하고 명석한 기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이든 대통령은 특검 조사 때 말이 많았고, 활기차 보였다”며 “(논점에서) 자주 일탈했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에는 주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공화 난타전
여야는 이날 청문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허 특검을 몰아세우는 데 주력했다.
특히 민주당은 허 특검이 불기소 결정 때 바이든 대통령 기억력 문제를 거론한 것이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고 추궁했다. 행크 존슨 의원은 허 특검을 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선시켜 연방 판사나 법무부의 다른 직위에 임명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덤 쉬프 의원도 “당신은 본인의 말이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 않다”며 허 특검의 수사 보고서 서술은 향후 자신의 진로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허 특검은 “나는 그런 욕심이 없다. 내 일에는 당파 정치가 설 자리가 전혀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정치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고, 법무부 규정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을 불기소한 것이 불공정한 잣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맷 게이츠 의원은 “바이든과 트럼프는 동등한 취급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이중 잣대는 많은 미국인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허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를 반환하고 기소를 피할 기회를 여러 번 받았지만 반대의 행동을 했다. 수개월 간 문서 반환을 거부했고 다른 사람들을 동원해 사법 방해를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 혐의는 입증된다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 문제도 여야 공격 대상이었다. 공화당 스캇 피츠제럴드 의원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신(허 특검)은 대통령이 노망든 걸 발견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고, 민주당 메리 게이 스캔런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실수 장면을 모은 영상을 튼 뒤 “누구나 오래전 일을 물으면 혼동한다”고 항변했다.
한국계 허 특검
허 특검은 1973년 뉴욕시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영어와 미국 문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메릴랜드 지방검찰청 검사, 법무부 차관보 보좌역,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직 등을 역임했다.
허 특검은 이날 청문회에서 “나는 이민자의 아들이다. 부모님은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전쟁 때 어린아이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아버지는 배가 고팠던 그때를 기억하고, 미군 병사가 그와 그의 형제자매들에게 나눠 준 음식에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머니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피난 왔고, 결혼 뒤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니었다면 그들(부모님)의 삶과 나의 삶은 매우 달랐을 것”이라며 “내 역할이 무엇이든, 어떤 행정부이든 나는 동일한 기준과 동일한 불편부당함을 적용해왔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