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머플러로 응급조치”… K리그 인천 팬들 열차서 사람 구해

입력 2024-03-13 00:05
1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전 관중들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개막전 한 경기 평균 관중 5만 명을 넘어서며 최다 유료 관중을 기록하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K리그 축구팬들이 열차에 쓰러진 승객을 응급처치로 구했다는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H씨는 지난 10일 오후 7시쯤 김포공항에서 계양역으로 향하던 공항철도 내에서 50대 남성 A씨가 쓰러진 것을 목격했다. “홈 경기와 서울 원정경기만큼은 꼭 직관하는 인천유나이티드 팬”이라고 밝힌 그는 경기 관람 후 귀가하던 열차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봤다.

H씨에 따르면 당시 열차에는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귀가하던 인천유나이티드 팬들이 다수 탑승하고 있었다.

위급 상황을 인지하고 119 신고를 마친 승객들은 계양역에 도착한 뒤 A씨를 자리에 눕히고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H씨는 “혀가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팬들이 갖고 있던 응원용 머플러로 A씨 목 뒤를 받쳐 기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H씨가 응급처치에 사용했다고 밝힌 인천 유나이티드 응원용 머플러. 블루마켓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신체를 압박할 수 있는 신발과 벨트를 풀고, 환자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팔다리도 주물렀다. 역무원을 도와 응급처치를 계속하던 인천 팬들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떠나지 않고 A씨 곁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시민들의 응급 처치 덕분에 119 구급대에 의해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A씨는 이송 당시 의식과 호흡이 명료한 상태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H씨는 국민일보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인천 서포터뿐만 아니라 역무원, 일반 시민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다”며 “환자 분이 얼른 괜찮아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1 2024 2라운드 경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공격수 제시 린가드의 홈 데뷔전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일명 ‘경인 더비’라고 불리는 라이벌 매치에서 두 팀은 득점 없이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