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감사’ 쿠바 지폐에 현대중공업 제품이 딱!

입력 2024-03-11 16:52 수정 2024-03-11 17:03
쿠바 10페소 지폐 도안. HD현대중공업 제공

공산주의 국가 쿠바가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는 소식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HD현대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외교 관계가 없던 쿠바에 이동식 발전설비(Packaged Power Station·PPS)를 대규모 납품하며 양국의 외교적 경제적 교류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PPS는 가로세로 12m짜리 컨테이너에 엔진, 발전기, 보조기기 등을 탑재해 운송과 현장 설치 작업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을 말한다. 쿠바 정부는 이 PPS를 통해 전력난을 상당 부분 해결했고, 감사의 표시로 자국 지폐에 이 발전설비를 그려 넣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2005년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을 탑재한 1.7㎿급 PPS를 비롯해 464기의 발전설비를 쿠바 전역에 공급했다. 당시 쿠바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계약 금액은 7억 달러(약 9170억원)였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 일본 등 유력 발전설비 공급 회사가 경쟁을 벌였었다. 송·배전 설비가 열악한 쿠바에는 운반과 설치가 쉬운 PPS가 제격이었다. 당시 쿠바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PPS의 창의성에 감탄했다고 한다. 쿠바 정부는 2007년 ‘에너지 혁명’이라는 문구와 함께 PPS 장비 1세트(4기)를 10페소(약 500원) 지폐 뒷면에 담았다.

재계와 외교가는 이 사업이 양국 관계 진전의 기회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HD현대중공업은 쿠바에서의 또 다른 사업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가 유효한 이상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 주도의 양국 간 교류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미국의 쿠바 제재가 해제 또는 완화되는 시점에 기존 발전소 복구와 교체 사업 협력 기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