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이선균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세계 영화인들의 추모를 받았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가운데, 최근 세상을 떠난 영화계 관계자를 추모하는 영상에 배우 이선균이 등장했다.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27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중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유의 선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던 만큼 마약 의혹이 제기된 뒤 국민적 비난을 받았으나, 정작 이선균 본인은 간이 시약검사 및 마약정밀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는 등 줄곧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경찰의 과잉수사와 선정적 보도가 사망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사회적 비판이 잇따랐다.
이날 추모 영상 속 이선균은 생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였던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 가득 짓고 있었다. 그에게 아카데미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이었다. 이선균 외에도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챈들러 빙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매튜 페리, 영화 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류이치 사카모토 등 최근 고인이 된 영화인들이 추모 영상에 담겼다.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에는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그의 아들 마테오 보첼리가 무대에 올라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를 불러 관중들에게 먹먹함을 안겼다.
앞서 이선균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년 개봉)으로 아카데미 무대를 밟았다. 당시 기생충은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달성하며 이선균을 포함한 감독 및 출연진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 불과 3년여 만에 이선균의 비보가 전해지면서 주요 외신도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등 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