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계 거물 샌더스, 지지층에 “바이든에 투표하라”

입력 2024-03-11 06:56 수정 2024-03-11 08:21

미국 진보계 리더격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진보계는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하며 지지철회 운동에 나섰던 만큼 샌더스 의원의 독려가 이들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에 대한 바이든 비판을 “틀렸다”고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샌더스 의원은 10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오늘날 우리가 가자에서 목격하고 있는 건 말 그대로 전례 없는 (인도주의) 위기다. 3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3분의 2가 여성과 어린이”라며 “그보다 우리는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이런 어린이 대량 학살에 연루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네타냐후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대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해마다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했고, 추가로 100억 달러의 무제한 군사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 있다”며 “그러나 (이스라엘이) 미국의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는 건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죽이기 위해 네타냐후의 전쟁 기계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대선 때 가까운 동맹국 지원을 중단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옳은 일”이라며 “돈이 필요하면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네타냐후에게 구걸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샌더스 의원은 그러나 ‘지지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도록 요청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후변화가 현실이라고 믿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믿고,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시대에 상위 1%에게 수조 달러 세금 혜택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바이든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를 믿는다면 투표를 막기보다는 바이든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이는 (가자지구 문제를) 제쳐두는 것이 아니다. 이 싸움은 가자지구에서 바이든 정책을 계속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바이든과 트럼프는 낮과 밤처럼 다르다. 트럼프의 당선은 이 나라와 전 세계에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힘을 합쳐 바이든을 재선시켜야 하고, 동시에 소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를 실현하는 진보적인 의제를 (바이든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제기하는 등 지지층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MSNBC와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지목하며 “그는 이스라엘을 돕기보다는 도리어 해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외면, 전 세계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에 반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자지구 남단 도시 라파에 팔레스타인 난민이 몰려있는 것을 언급하며 “라파 지상전은 레드라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팔레스타인인 3만 명이 더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반박하며 갈등을 노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이스라엘인 대다수가 희망하는 바에 역행하는 개인적 정책을 추구해 이스라엘의 이익을 해친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면, 그의 발언은 모두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남은 하마스 테러 부대를 격퇴하겠다는 것은 내 개인적 생각이 아니라 이스라엘인 대다수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레드라인으로 정한 라파 공격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곳으로 갈 것이다. 우리에게 레드라인은 (하마스가 침공한) 지난해 10월 7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