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덜 걷었다”…고소득층 세금 깎아주는 尹정부

입력 2024-03-11 06:46 수정 2024-03-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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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들어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세금 감면, 비과세 정책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 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혜택을 받는 조세지출은 15조4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방식 등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흔히 ‘숨은 보조금’으로 불린다.

고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은 2019∼2021년 10조원 안팎에 머물다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2조5000억원, 2023년 14조6000억원(전망)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소득자 조세지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 중저소득자 대상 비과세·감세보다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는 의미다. 지난해와 올해 전체 개인 조세지출 중 고소득자 수혜 비중은 각각 34.0%, 33.4%로 예상됐다. 28~30%대를 맴돌았던 2019~2021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2018년(34.9%) 이후 가장 높다.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조세지출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올해 기업 대상 조세지출 중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수혜분은 6조6000억원, 비중은 21.6%로 예상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지출 규모는 2조2000억원 늘었고 수혜 비중은 4.7%포인트 껑충 뛰었다. 대기업 수혜 비중은 2016년(24.7%) 이후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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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수혜 비중이 상승한 배경으로 정부는 사회보험 가입률과 건강보험료율 상승을 꼽는다. 고소득자일수록 보험료 공제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 및 투자세액공제는 투자 규모가 크고 세금도 많이 내는 대기업의 감면 비중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대기업 세제 지원을 통해 투자가 늘면 근로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소득자·대기업을 중심으로 조세지출 규모가 늘면서 올해 조세지출 총액은 77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고소득자·대기업 중심의 감세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국민개세주의, 세수중립 등 조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지난해 말에는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해 수십억원대 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과세망을 빠져나갔다.

월 20만원인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 한도는 없애기로 했다. 비과세 한도는 지난해 약 20년 만에 월 10만원 상향됐는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액 비과세’로 됐다. 전액 비과세 정책의 수혜자가 많은 지원금을 줄 수 있는 일부 대기업·직원들에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