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망한 80대 노인의 자녀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고인의 지병이었던 고혈압을 사인으로 판단, 백신접종과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유족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의 어머니(당시 88세)는 2021년 4월 23일 오후 12시37분쯤 코로나19 1차 예방접종을 받고는 1시간30분 뒤 가슴이 조이는 통증을 호소했다.
걸어서 구급차에 탑승한 어머니는 병원에 이송 중 의식을 잃었고 결국 당일 오후 3시13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백신 접종 2시간36분 만이었다.
이에 A씨는 질병청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으나 질병청은 A씨 어머니 사인이 ‘대동맥박리 파열’이라는 부검 감정에 따라 인과성이 없다며 보상거부 처분을 내렸다. 대동맥박리 파열은 대동맥 벽의 내층이 찢어지면서 분리되는 질환이다
A씨는 이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머니가 고령에 고혈압을 앓기는 했지만, 약으로 혈압을 조절하며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었는데 백신 접종 직후 급격히 몸 상태가 나빠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 A씨 주장이었다.
국내에 백신이 도입되기 전인 2021년 1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 책임을 진다”며 고령자의 백신 접종을 권장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접종과 A씨 어머니 사망 사이의 시간적 밀접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어머니의 사망 원인은 원래 앓고 있던 고혈압에 따른 대동맥박리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2022년 9월 대동맥박리는 백신과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고 대량의 접종 사례에도 대동맥박리의 발생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판시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내용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정부가 책임을 부담하겠다고 한 취지로 보일 뿐이고,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모든 건강상의 문제에 대하여 보상을 해주겠다는 견해의 표명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위법성 주장을 배척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사건은 2심인 서울고법에서 오는 5월 첫 변론을 앞두고 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