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해서 돈 없다” 의사 사칭, 800만원 뜯어내

입력 2024-03-08 16:57 수정 2024-03-08 17:02

의사 파업으로 생활고에 시달린다며 다른 사람에게서 800만원을 뜯어낸 의사 사칭범이 남의 카드를 훔쳐 썼다가 덜미가 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7일 사기 등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최근 출소 뒤 채팅 앱에서 알게 된 40대 여성에게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36회에 걸쳐 800만원 상당의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대학병원 의사를 사칭해 “페이닥터로 일하는 데 파업 때문에 제대로 (돈을) 못 받고 있다”며 “적금 만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돈을 입금해달라”는 등의 취지로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간 소셜미디어에서 찾은 다른 의사의 사진을 도용하고, 구체적인 병원 이름을 대는 식으로 피해 여성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행은 담당 형사의 기지로 꼬리가 잡혔다. 무인점포에서 도난 카드를 사용한 A씨를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절도 혐의 등으로 조사하던 중 담당 형사가 2015년에 의사 사칭으로 구속했던 피의자와 A씨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경찰은 즉시 A씨의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해 최근까지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을 밝혀냈다. 피해 여성은 최근 경찰의 연락을 받은 뒤에야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지난해 10월 출소한 A씨는 경찰에 “(교도소에서) 나와서 돈이 없어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한 범죄 신고였지만 적극적으로 수사한 덕에 추가 피해를 예방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