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1등 자살률 낮출 방법 “교회에 있다”

입력 2024-03-08 15:41
조성돈(맨 앞) 교수가 8일 서울 강남구 예장합동 총회회관에서 열린 생명존중위원회 세미나에서 자살률을 낮추는 데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살은 해마다 반복되는 상시 재난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심각합니다. 다만 자살자 수는 분명 줄일 수 있습니다. 교회가 자살 고위험군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8일 서울 강남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 총회회관에서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의 말에 목회자들이 귀를 기울였다. 예장합동 총회 생명존중위원회(위원장 강문구 목사)가 마련한 ‘낙태 및 자살 예방 세미나’에서다.

기독교 자살예방 센터 라이프호프 대표이기도 한 조 교수는 여러 가지 수치를 통해 우리나라 자살률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2003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한 뒤 이를 유지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해에만 1만3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35명의 생명이 자살로 사라지는 셈이다.

조 교수는 “자살만으로 해마다 육군 1개 사단이 전멸하는 것이며 매일 초등학교 교실 한 개가 사라지는 결과와 같다”면서 “자살이 사망 원인 6위인데 당뇨나 고혈압보다 위다. 당뇨나 고혈압은 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 실제 사망자 수를 줄이고 있는데 자살률 감소도 못 할 일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자살은 ‘사회적 질병’이라고 규정했다. 다시 말해 죽는 사람뿐 아니라 이를 내버려 둔 사회도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조 교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걸 예로 들었다.

2001년에 매일 20명 이상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2012년엔 12.9명, 가장 최근 통계인 2022년에는 5.3명으로 줄었다.

조 교수는 “불과 20여 년 사이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놀랍게 줄었는데 이는 결국 교통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문화의 변화와 CCTV가 생기고 새로운 법이 제정되는 등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라면서 “자살률도 생명 존중으로의 인식 변화와 생명 존중 문화 확산, 각종 제도 개선을 통해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교회가 생명 존중 문화 확산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당부였다.

그는 “죽임의 문화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교회는 생명윤리를 바로 세우는 일을 해야 하고 이 가치를 세운 뒤 지역사회와 나눠야 한다”면서 “생명을 살리고 자살률을 낮추는 데 교회가 앞장선다면 우리 사회에서 과거 가졌던 리더십을 회복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