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의 나라” 말하자…아르헨 할머니 살려준 하마스

입력 2024-03-08 08:09
하마스 대원과 사진 찍는 90세 에스테르 쿠니오 할머니.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당시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갈 뻔한 90세 할머니가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이름을 대고 위기를 모면한 사연이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일간 클라린에 다르면 이스라엘의 ‘니르 오즈’라는 키부츠에 거주하는 에스테르 쿠니오(90) 할머니의 증언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 5개월이 된 이날 ‘후엔테 라티나’ 단체가 제작한 “10월 7일의 목소리. 라틴계의 생존 이야기”를 통해서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은 스페인어로 제작됐으며, 이스라엘계 라틴 출신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참상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쿠니오 할머니의 증언도 이 중 하나다.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7일 오전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 2명에게 문을 열어줬는데 장총으로 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이었다고 전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혼자 있던 쿠니오 할머니에게 ‘가족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지만 언어장벽으로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쿠니오 할머니는 “난 당신들 언어인 아랍어를 모르고 히브리어도 잘 못한다. 난 아르헨티나 말(아르헨티노)을 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AP뉴시스

그러자 하마스 대원들은 “아르헨티노가 뭐냐?”고 되물었다. “당신은 축구를 보냐?”라는 할머니의 질문에 하마스 대원은 “난 축구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에 할머니가 “난 축구선수 메시, 메시의 나라 출신”이라고 하자 하마스 대원은 “난 메시를 좋아한다”면서 할머니에게 장총과 권총을 주더니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사진을 촬영한 뒤 이들은 할머니를 두고 그냥 떠났다.

쿠니오 할머니는 다행히 위기를 넘겼으나 그의 쌍둥이 손자들은 그날 하마스의 인질로 잡혀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니오 할머니는 “난 메시 덕분에 살았는데 내 손자들과 다른 인질들이 풀려나는데 메시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로 인해 이스라엘인 10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여명은 인질로 잡혀 가자지역으로 이송됐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보복 공격에 나섰다. 하마스 측은 지금까지 총 3만1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