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남은 전공의에 ‘참의사’ 조롱…“정부 처벌보다 무섭다”

입력 2024-03-07 18:42
전공의 집단사직이 3주차에 접어드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당직실에 불이 꺼져 있는 모습.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료현장에 남아 있는 전공의 명단을 공유하며 조롱하는 게시글이 등장했다. 이한형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이 3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료현장에 남아 있는 전공의 명단을 공유하며 조롱하는 게시글이 등장했다. 정부는 이런 ‘색출작업’ 탓에 복귀를 두려워하는 전공의가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미복귀 기간에 따른 처분 방법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와 의대생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엔 전국 70여개 수련병원별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가 적혀 있다. 심지어 일부 목록에는 전공의 이름 3글자 중 2글자만 공개하거나 출신학교로 추정되는 정보 등 이들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전공의라고 소개한 A씨는 “(의료현장으로)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선후배, 동기들과 3~4년을 지내야 하는데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며 “파업에 반대하는 글만 올라와도 심한 욕설과 험한 댓글이 수백개씩 달리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2020년에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동기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보았다”며 “(이번에도) 혼자 복귀하면 그렇게 될까 너무 무섭다”고 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사직은 집단 이기주의고, 자의가 아니었다는 양심고백 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며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단 내에서 악성 댓글 공격을 받는 전공의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 기간에 따른 처분방법도 다시 고려하겠다고 했다. 전 실장은 “미복귀 기간의 장단(長短)에 따라서 똑같은 처분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1만2225명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지난 6일 기준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91.8%에 해당하는 1만1219명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에서 전공의 명단 공개가 크게 논란이 되자 경찰은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