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흔든 박명수의 ‘밤양갱’… AI커버곡 저작권 혼란

입력 2024-03-07 18:04
박명수의 '인공지능(AI) 커버곡' 콘텐츠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유튜브에서는 유명인의 목소리 데이터를 학습해 그대로 모방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AI 커버곡’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을 개그맨 박명수 목소리를 본뜬 AI 음성이 부르게 하는 식의 콘텐츠다. 이 콘텐츠에는 ‘박명수 목소리와 똑같은데 가창력은 AI가 더 뛰어나다’는 반응도 달렸다.

AI 커버곡이 유행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음성을 AI로 합성해 만든 밤양갱 버전도 등장했다. 영국 록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가요 ‘천년의 사랑’도 주목받은 콘텐츠다. AI가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음성을 학습해 한국어로 시원한 고음을 내도록 한 부분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빠르게 유통되는 음악, 영상 등의 AI 콘텐츠는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AI와 관련한 저작권법 개정 논의는 내년에야 본격화될 전망이다. AI 산업 발전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창작물에 대한 재산권을 보호하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저작물 무단 사용 문제나 기업의 규제 리스크 등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의 ‘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 운영 계획’에 따르면 문체부는 저작권 학계와 법조계, 산업계 등의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지난달 구성했다. 문체부는 오는 12월 워킹그룹 논의 결과를 담은 종합대책 연구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저작권 법제 개선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학계에선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본다. 창작자 단체와 산업계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쟁점은 저작권자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에 대한 AI의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을 허용할지 여부다. TDM은 대규모 데이터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거나 정보를 추출·분석하는 과정을 뜻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언론진흥재단 등의 단체는 지난해 11월 비상업적 목적에 한해 저작권자 허락 없이 AI의 저작물 학습을 허용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일제히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 입법은 AI 기술 개발에 독이 될 것이라고 본다. 기업의 규제 리스크를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거나 최대한 규제 논의를 늦춰야 한다는 취지다. 정보기술(IT) 업계 한 관계자는 “급하게 규제 일변도로 입법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소설, 논문, 미술품, 사진 등이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다. 음악저작물이 이 범위 안에 들어가지만, AI를 활용해 가수의 음성만 따로 떼어낸 사례에 관한 규정은 없다. AI 커버곡뿐 아니라 AI 기술을 이용해 만든 텍스트와 영상에 대해서도 명확한 법규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관한 논의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AI 생성물에 대한 규제 논의는 산업 진흥과 저작재산권 보호라는 양면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AI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주장과 불법적 콘텐츠 확산을 막으려면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학계 의견도 팽팽하게 갈린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AI에 대한 글로벌 규제 논의가 과거에는 공정 이용 쪽이었다가 최근에는 AI 학습용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우리도 AI 학습에 필요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의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