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상 이변의 여파를 정면으로 받은 사과·배 가격이 1년 새 60~70%씩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를 잡겠다면서도 ‘사과 수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수년간의 검역 협상이 필요해 즉각적인 수입 개시는 어렵다는 취지다.
7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과 가격이 높다고 해서 올해 당장 사과를 수입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과일 물가는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9% 올랐다. 특히 사과와 배의 가격이 각각 71.0%, 61.1%씩 뛰어 가장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이상저온·탄저병 등이 줄지어 발생했던 지난해의 여파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저장량이 부족한 사과와 배의 경우 올해 농사를 수확하는 7월까지는 유의미한 수급 상황 개선이 어렵다는 점이다. 송 장관은 “(사과와 배는) 햇과일 출하 전까지는 가격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사과 수입’ 카드를 쉽게 꺼내 들지 못하는 것은 검역 협상 때문이다. 정부는 외국산 농식물 수입에 앞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한다. 외래 병해충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총 8단계의 검역 협상을 통과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8년 1개월이 소요된다. 사과의 경우 현재 11개국이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갈 길이 멀다. 1992년 협상을 시작한 일본이 11개국 중 가장 많은 진도를 나갔지만 지난 2015년 5단계에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대신 정부는 기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 안정에 주력하기로 했다. 우선 4월까지 204억원을 투입해 사과·배·감귤 등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13개 과일·채소의 납품단가를 인하한다. 당초 계획보다 86억원 많은 230억원을 투입해 할인 지원에도 나선다. 수입 과일 품목도 늘린다. 정부는 기존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던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 등 품목에 만다린과 두리안을 추가한다. ‘못난이 사과’를 비롯한 비정형과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