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의료인들이 “밤낮으로 일했는데 국민 밉상이 됐다”고 호소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인숙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국민들이 의사들을 향해 ‘직역 이기주의에 빠졌다’고 지적한다”는 사회자 질문에 “의사들이 자괴감에 빠졌다”며 이 같이 답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여태 선의를 갖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하면서 밤낮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 전 국민의 왕따, 밉상이 됐다”며 “우리가 뭘 잘못했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가만히 생각하면 소통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의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비판받는 것에 대해 ‘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어느 집단에나 이상한 사람들 있지 않냐”며 “이걸 (언론이) 침소봉대하는 게 참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언론도 참 나쁘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외신 기자간담회 기조발언에서 “의사들이 의대 정원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의대 증원은) 국가 자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한테 그래서 병원 가기 어려웠냐는 걸, 정말 의사가 없어서 병원이 없어서 고생했냐는 걸 물어보고 싶다”고 되물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의료 현장에 혼란이 온 것은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필수의료 체계가 비정상적이었던 것”이라며 “필수의료의 수가를 올려줘야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의사가 모자란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이 맞지 않냐’고 재차 질문하자 박 위원장은 “맞긴 뭐가 맞냐”며 격분했다.
박 위원장은 “의료비가 느는 건, 과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약이 나오면 전에 나온 약보다 굉장히 비싸고, 새로운 시술이 나와서 의료비가 느는 거지, 그것과 의사 수는 같이 갈 수 없는 거다. 비교할 걸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벌어지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현상에 대해서는 “큰 아파트 단지에선 (부모가) 출근하기 전에 아이들 데리고 가서 그때 오픈런이 되고 5시 이후에 어린이집 끝나고, 학교 끝나고 그때 또 많이 오는데 대낮에는 텅 비어 있다”며 “오픈런까지 없으면 경영이 안 된다”고 답했다.
앞서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최근 기고글에서 소아과 오픈런 원인에 대해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오픈 시간에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