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 천연기념물곤충연구센터가 천연기념물(496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인 비단벌레(사진)를 대량 인공 증식하는 데 성공했다. 알에서 깬 뒤 유충을 거쳐 성충으로 성장하는 생활사 전 과정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
이 센터는 2018년부터 문화재청으로부터 비단벌레를 지원받아 비단벌레가 짝짓기 후 낳은 알이 유충 시기를 거쳐 성충으로 탈피하는 생활사 전 과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비단벌레 유충기는 실험실 조건에서 5년 6개월이나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충 시기에는 팽나무와 서어나무 등 나무 속에서 수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질부를 먹고 살다가 성충이 되면 구멍을 뚫고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단벌레는 그동안 유충 시기에 얼마나 오랜 기간, 무엇을 먹고,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생활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비단벌레는 국내 고유종으로 주로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서식한다. 서식지가 점점 파괴되고 개체 수가 줄면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다.
영롱한 초록빛을 띠는 비단벌레 날개는 신라시대 왕이나 왕족의 장신구나 말안장 등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데 사용됐다. 경북 경주 황남대총에서는 비단벌레 마구 장식이 발견됐으며 경주 쪽샘지구 44호분 신라공주묘 고분에서도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가 출토된 바 있다. 말다래는 말의 안장 밑에 길게 늘어뜨린 직물이다.
센터는 비단벌레를 대량 증식 후 자연 방사를 통해 서식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인공사육 후 죽은 비단벌레는 신라시대 유물 복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대암 천연기념물곤충연구센터 박사는 7일 “자연상태에서 비단벌레의 유충기는 평균 3~5년이 걸릴 만큼 다른 곤충과 비교해 상당히 길다”며 “이번 연구에서 유충기를 1~2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 대량 증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월=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