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조선대 의대 증원 팔짱…열악한 지역 의료여건 외면 여론

입력 2024-03-07 10:30 수정 2024-03-07 12:22

광주·전남 대학들이 의대 증원에 소극적이어서 열악한 지역 의료현실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남지역에 의대가 없는 ‘의료공백’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여론이다.

7일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40개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65%)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립 거점병원을 운영 중인 전남대와 호남 최대 사학인 조선대가 저마다 40~50명의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의 경우 당초 교수진 인원과 실습실 면적 등 의대 교육여건을 고려해 35명 증원을 논의했다가 50여명으로 신청 인원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에도 아랑곳없이 ‘증원신청을 하지 않으면 정원배정도 없다’는 강경원칙을 고수한 데다 신청인원을 토대로 내년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남대는 대학본부와 의대 간 협의과정에서 불거진 의대 교수 등의 반발과 내분을 의식한 탓인지 현재까지 구체적 신청인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남대 의대 교수들은 내부 논의과정에서 “의대생에게 기본과목을 가르칠 기초의학 교수들이 부족해 의사가 아닌 강사진을 보강하고 있는 마당에 당장 내년부터 늘어날 학생 수만큼 강의 인력과 실습시설을 확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증원 신청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대는 현재 정원 125명을 170명으로 45명 증원하겠다고 교육부에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학은 급격한 증원이 의대생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여론을 참작해 입학생을 5년간 단계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증원 신청은 현재 의대 정원이 비슷한 다른 지역과 동떨어진 것으로 확인돼 두 대학이 의사가 크게 부족한 지역 현실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경북대는 110명에서 250명, 충남대 역시 110명에서 220명, 부산대 125명에서 250명, 제주대는 40명에서 100명으로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했다.

심지어 충북대는 49명에서 250명, 울산대는 40명에서 150명, 강원대는 49명에서 140명으로 3~5배 정도 많은 증원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전북대가 142명에서 240명, 원광대가 93명에서 186명으로 2배 정도 신청한 것과도 대비된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증원 신청이 다른 지역 대학과 견줄 때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5일까지 신청 접수 마감 결과 40개 의대를 둔 전국 각 대학의 전체 증원신청은 예상을 뛰어넘는 총 3401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를 근거로 향후 지역 의료여건 개선을 위한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할 경우 지역 간 형평성에 어긋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더군다나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전남지역은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1곳도 없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전남지역은 중증 응급환자의 지역 유출률이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대표적 의료취약지로 꼽히고 있다. 의료 인프라는 물론 의사 등 의료진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제한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1977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116배, 전체 의료비가 511배 증가하는 동안 의사 면허 수는 7배, 의대 정원은 1380명에서 3058명으로 2.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실에서 현재 의대 정원으로는 고령층 증가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향후 의료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의과대별 입학정원 배정은 교육부 배정위원회가 2025학년도 입시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히 확정한 뒤 다음 달 각 대학에 통보할 예정이다.

전국 의대 최종 모집정원은 5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하는 ‘대학 신입생 모집요강’에서 공식적으로 반영된다.

이와 별도로 전남도가 해묵은 숙원사업으로 추진 중인 의과대 신설은 의대정원 확대 추세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두 대학을 합쳐 100명 정도의 적은 인원을 증원해 달라고 신청한 것은 지역 의료환경을 무시한 안이한 대처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의학 계열 교수인 두 대학의 총장이 의사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소극적으로 증원 신청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