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후보와 당직자들을 향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 달라”며 입단속에 나섰다. 선거 막판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망언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총선 판세를 뒤흔든 대표적 설화로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회자된다. 그는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취지에서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라고 했다가 망언 비판에 휩싸였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텐트’ 발언도 언급된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은 줄곧 낮은 자세를 강조해왔고 이번에는 직접 경계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후보·당직자 등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달라”며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자”고 당부했다.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 발언이 문제가 된 직후 나온 대응이었다.
성 의원은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장학사업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달리 비유가 적절치 못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도 지난달 25일 MBN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150석에서 160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한 위원장은 즉시 “공개적으로 총선 예상 의석수를 과장되게 말하는 등 근거 없는 전망을 삼갈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등 격전지는 말실수 하나로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