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플랫폼 안 쓰면 망하고 쓰면 적자”…법 제정 촉구

입력 2024-03-06 17:09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 유기준 수석부회장 등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공연에서 열린 플랫폼 독과점 및 불공정 행위 규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단체들이 국회 문턱에 가로막힌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플랫폼 업체들의 과도한 수수료와 불공정 행위들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6일 서울 영등포구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유통이 대세가 된 경제 생태계에서 플랫폼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며 독과점 문제가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며 “대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은 갑질과 불공정행위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공정위 플랫폼법이 무기한 연기되며 상대적 박탈감과 감당하기 힘든 부담으로 소상공인 경영 의욕이 나날이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쿠팡·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야놀자·여기어때·직방 등 플랫폼 업체를 공개 언급하며 “규제 대상에 업종별 독과점 플랫폼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숙박·반려용품·대리운전·요식업 등 업종별 소상공인들이 나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달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중소 숙박업소의 92%가 야놀자, 80.4%가 여기어때에 각각 가입했고 월평균 매출액의 64%가 숙박앱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면서 “매출이 생겨도 수수료, 광고비로 나가니 손에 쥐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매출 월 2000만원이 발생하는 업체의 경우 숙박 플랫폼사가 500만원 이상을 수수료·광고비 등 명목으로 가져간다. 정 회장은 “숙박앱이 매출의 25~30%를 가져가 버리니 이용하지 않으면 망하고, 이용하면 적자가 나는 시스템”이라고 토로했다.

야놀자 측은 이에 대해 “야놀자의 수수료는 카드수수료를 제외하면 6.5%에 불과한 업계 최저 수준”이라며 “광고비의 경우 제휴점의 상황에 따라 선택 가능한 영역이며 광고를 하지 않는 업체들도 상당수”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은 “쿠팡이 반려동물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독과점하면서 용품도매상·제조업체·동물병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납품업체에 최저가 납품을 통보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물량을 줄이거나 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대리운전연합회도 카카오 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자회사의 콜 중개프로그램을 이용해 중소 사업체들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법의 핵심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대형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끼워팔기·자사우대·타사 플랫폼 이용 제한(멀티호밍)·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등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이 소상공인과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행위를 빠르게 제재하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나서 입법을 추진했지만 업계 반발과 여권의 비협조 등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플랫폼 업계는 이 법이 플랫폼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국내 플랫폼만 규제하는 역차별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논리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통해 지배적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의 모호성, 경쟁당국의 자의적 개입 가능성, 플랫폼 사업자의 성장 기회 박탈 등을 이유로 법 제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플랫폼법은 총선 후 새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유기준 소공연 수석부회장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734만 소상공인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플랫폼 규제 정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