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가 주당 배당금을 높이고 자사주 소각안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주주 환원 확대 경쟁에 한창이다. 은행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최하위’ 딱지를 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3곳은 2023년 배당금을 전년 대비 인상했다. KB금융지주는 2022년 2950원에서 3060원으로 110원을, 신한금융지주는 2065원에서 2100원으로 35원을, 하나금융지주는 3350원에서 3400원으로 50원을 인상했다. 이 중 신한·하나금융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는데도 배당금을 늘려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순이익이 20%가량 대폭 줄어든 우리금융은 배당금을 1130원에서 1000원으로 130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배당금을 인상한 금융지주 3곳의 총주주환원율은 30% 선을 넘겼다. 총주주환원율은 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 등 주주 환원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KB금융은 2022년 27.9%에서 37.5%로, 신한금융은 29.9%에서 36%로, 하나금융은 27.4%에서 32.7%로 상승했다. 배당금을 줄였지만 그 폭이 순이익 감소분보다 작은 우리금융의 총주주환원율도 26.2%에서 33.7%로 상승했다.
4대 금융지주는 자사주 소각안도 내놨다. 우선 하나금융은 올해 3000억원어치를, 신한금융은 1분기 중 1500억원어치를 사들여 소각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시가 1300억원어치에 해당하는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1.2%를 올해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완료 시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KB금융도 자본 적정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지난해 말 기준 13.58%를 기록해 목표치(13%)를 넘긴 만큼 초과분을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덕분에 은행주는 최근 52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5일 장중 KB금융 주가는 7만2900원까지 상승하며 지난달 13일 신고가 기록(7만1100원)을 갈아치웠다. 이날 장중에는 하나금융과 3대 지방 금융지주 중 하나인 JB금융지주도 신고가에 도달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세 종목을 쓸어담은 결과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3영업일 연속으로 KB금융 주식을 총 180만주 이상 사들였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48만주를, JB금융은 25만주 가까이를 매집했다.
은행주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은행주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대표 주자로 낙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4대 시중은행장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프로그램을 선도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주 상승은 프로그램이 먼저 시행됐던 일본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라면서 “1~2년 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의 배당 확대 요구에 프로그램이 겹치면서 은행권의 주주 환원책 확대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