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로 극단적 선택 공무원…김포시 애도기간 갖는다

입력 2024-03-06 16:33 수정 2024-03-07 10:02

경기 김포시가 지난 5일 악성 댓글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시청 공무원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하며 추모공간을 마련한다고 6일 밝혔다.

시는 숨진 공무원이 지난달 29일 김포한강로 포트홀 보수 공사 업무에 따른 악성 민원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안타까움의 뜻을 밝혔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일어나서는 안될 안타까운 일이 우리 김포시에서 발생했다.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숨진 고인은 김포시와 시민을 위해 애써온 우리 가족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해 온 가족이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것에 대해 김포시 전 공무원은 충격과 슬픔 속에 잠겨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는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즉각 마련하고,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서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출 것이다. 김포시 공무원도 검은 리본과 검은색 착장으로 애도를 표하고자 한다.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에 법적대응할 것이다. 나아가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우선 시청 본관 앞에 애도의 뜻을 전할 수 있는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둘 방침이다. 또한 공무상 재해 인정 등이 성립될 수 있는 방안을 신속 검토하는 한편, 유가족과의 위로와 소통에도 적극 나선다.
숨진 공무원 관련 비난 댓글. 온라인 카페 캡처

시는 유가족 및 공무원 노조와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을 위한 진상조사 및 경찰고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종합대책 마련 및 중앙정부 건의에 나설 방침이며, 시행 중인 민원대응공무원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시 공무원 노동조합도 이와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노조 차원의 재발방지책과 공무원 인권보호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시청 소속 9급 공무원인 30대 A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시 서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A씨를 비난하는 글은 없었다.

그러나 한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자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연락이 안 된다는 유족 측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하다가 A씨 위치를 파악했다”면서 “A씨의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포=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