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최고령자를 비롯해 평균 나이 63세로 꾸려진 100여명의 단체가 기후위기로 생명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정부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기후환경단체 ‘60+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은 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년층 기후대책 방기 책임을 정부에 물어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번에 진정한 123명의 평균 연령은 63세였다. 이들 가운데 최고령자는 92세다.
이들은 “노년층의 헌법상 권리인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발하고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자 한다”며 “효과적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피해가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령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기후 위험 실태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잦은 폭염과 폭우, 한파 등으로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쳐오고 있음에도 고령층을 위한 대책의 기본조차 돼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설정과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른 연도별 감축목표 개선, 노년층의 기후위기 적응강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박태주 60+기후행동 운영위원은 “빈곤에 노후까지 겹쳐 있는 노년층은 (기후위기의) 취약계층 가운데서도 취약계층”이라며 정글에서 늙은 얼룩말을 사자 앞에 내버려 두듯 정부가 취약계층 노인들을 기후위기 앞에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0년 환경부가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10년간 온열질환 사망자의 68.5%가 65세 이상이다.
앞서 2020년에는 농축산 종사자와 노동자, 해수면 상승지역 거주민 등 40여명이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인권이 침해됐다며 진정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월 정부가 기후위기 상황에서 인권 보호와 증진을 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