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수가 5년 새 2배 급증했다. 또 10~12세 촉법소년 수는 180~200%가 상승해 청소년 범죄 저연령화 추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에 촉법소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다음세대 사역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 이전에 공동체성을 띠는 한국교회가 사랑과 환대를 베풀었는지 자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관심을 두고 제자화 훈련 콘텐츠 등을 마련하며 전문 기관과 협력해 촉법소년과 그 가족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2배 껑충 촉법소년, 절도 가장 많아
6일 경찰청이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게 최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년간(2019∼2023년) 촉법소년 수는 총 6만5987명으로 집계됐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말한다. 촉법소년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고 형사 처분 대신 소년법에 따라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 △2021년 1만1677명 △2022년 1만6435명 △2023년 1만9654명으로 나타났다. 5년 사이에 촉법소년 수가 약 2.3배 증가한 셈이다. 범죄 유형 중에서는 절도가 3만2673명(49.5%)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폭력 1만6140명(24.5%)과 기타 1만4671명(22.2%), 강간·추행 2445명(3.7%)이 뒤를 이었다.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인 범죄 항목은 마약범죄로 2019년 2명에서 2023년 50명으로 25배 상승했다.
10~12세 범죄 증가, 13세는 소폭 하락
촉법소년 증가 추이 외에도 청소년 범죄 저연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분석한 서울지역 촉법소년 송치 현황자료에 따르면 10세 촉법소년 송치는 2019년 74명에서 2023년 210명으로 18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송치된 11세 촉법소년은 112명(2019년)에서 341(2023년)명으로 204% 급증했으며 12세 촉법소년 송치도 332명에서 654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3세 촉법소년 송치는 1246명에서 1184명으로 소폭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청소년 범죄 수위와 비례해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자성'해야 할 교회 공동체
청소년 범죄 저연령화에 대해 기독교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함승수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청소년 범죄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청소년 범죄는 반복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한국교회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낙인찍힌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범죄인 자아상’이 강화돼 일탈하고자 하는 경향성이 더 강화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사무총장은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청소년 범죄의 요인을 살펴보면 사회적인 환경이 낳은 문제라 볼 수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와 사회의 모습이 결국 청소년들의 범죄를 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청소년의 모습은 결국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점과 우리 어른들에게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독교인들은 청소년들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 외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폭넓은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회, 다음세대 '회복' 메시지 전해야
한국교회가 공동체성을 부각해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주고 제자화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또 결손 가정에 대해선 교회가 공동체성을 통해 가정과 같은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 선교학 교수는 “교계에서의 사랑과 환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실천 분야”라며 “촉법소년들에겐 한국교회의 ‘회복’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학부모 결혼학교, 제자화 콘텐츠 등으로 주님의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회복을 위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상해를 입힌 자녀들의 잘못된 인식과 죄성이 주님 안에서 ‘회복’ ‘변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공동체성을 통해 전문 기관과 협력할 수 있단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교정선교 등이 그 예시다. 함 사무총장은 “소년원에서 출원한 경우 5~9개월 이내에 재범이 많이 일어난다”며 “깨진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이 소년원을 출원한 경우 돌아갈 가정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을 세심히 돌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