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뒷걸음질에 제주도 ‘일회용컵 보증금제’ 반토막

입력 2024-03-06 13:06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정책에 대한 기조를 번복하면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 지역인 제주도의 매장 참여 비율이 시행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6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96.8%에 달했던 대상매장 참여 비율은 올해 1월 54.7%로 급락했다. 486개 매장에서 273개 매장으로 넉달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숍 등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반납할 때 돌려주는 제도다. 대상은 커피·음료·제과 등 1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자로, 도내 대상매장은 499곳이다.

제주도는 세종시와 함께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2022년 12월 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초기 점주들의 반발이 컸다. 도내 대상매장 점주들은 제주프랜차이즈협의회(가칭)를 구성해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 보호 정책을 일부 지역 일부 매장에만 적용하는 데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정책 보이콧도 선언했다.

이후 제주도가 반납처 확대 등 지원을 약속하고 설득에 나서면서 참여매장은 97%까지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자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환경부가 검토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탈 매장이 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2022년에도 6월 전국 시행에서 12월 선도지역 우선 시행으로 방침을 바꾼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유사 정책인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제도를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두고 종이컵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급작스레 정책을 완화하면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의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상황이 이렇자 제주도는 6일 참여율을 회복하기 위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상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성실 이행 매장에 대해 ‘자원순환우수업소’로 지정해 현판을 수여하고, 카드 수수료 인하와 컵반환금 지원, 화장지와 종량제봉투 지급 등 각종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상매장 방문과 브랜드별 간담회를 통해 업계 설득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원의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정책인 만큼 도민 참여를 다시 한번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