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해당하는 용인갑은 대한민국의 미래 명운을 쥐고 있는 선거구다.
서울 면적(605㎢)의 약 80%가량 되는 이곳에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클러스터(국가산업단지)’가 두 곳이나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60조, 122조원을 투자한다.
국민의힘은 이 요충지에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난달 26일 전략공천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 전 비서관의 용인갑 출마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검사 출신의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재직 당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렸다.
이 전 비서관은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용인갑 공천을 받고 나서 윤 대통령이 전화를 한번 주셨다”며 “‘지역구에 가서 뼈를 묻으라’고, 그럴 각오로 선거에 임하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마침 이날 출마 선언에서도 “‘친윤’이란 부담스러운 수식어를 피하지 않고 처인 주민들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용인갑의 최대 현안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반도체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국회까지 삼박자를 아우를 수 있는 의원이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졸 출신 삼성전자 임원 경력을 바탕으로 용인갑에 출마하는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 강남을에 공천 신청을 했는데 용인갑에 공천을 받았다.
“사실 용인갑을 제가 결정한 건 아니었다.
공천 발표 때까지 누구에게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다만 제가 용인갑에 간다는 보도를 보고 찾아보니까 느낌이 왔다.
용인갑은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곳인데, 반도체라는 게 결국 국가의 미래가 달린 핵심 산업이자 정부와 지자체, 여당이 모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분야 아닌가.
길지는 않지만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으로서 정부와 공공기관 등과 소통해본 경험이 있는 저를 당에서 적임자로 판단해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용인갑 역시 ‘양지’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여기 주민들께 그런 이야기 하면 다들 ‘큰코다칠 소리’라고 하신다.
과거에 우리 당에서 시장 출신 등 지역 기반이 강한 분들이 몇 차례 당선되셨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도 아파트도 많이 생기고 젊은 인구가 대거 유입됐다.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겼던 곳이다.”
-최근에는 여당 지지세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는데.
“아직 체감하지 못하겠다.
당장은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던 우리 당 예비후보들 끌어안는 것부터 마음을 기울이려고 한다.
공천을 신청했던 여섯 분 중 다섯 분은 승복하고 저를 지지해주시겠다고 했다. 마지막 한 분까지도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검사를 하다가 정치에 뛰어들게 됐는데.
“윤 대통령,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모시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수사하면서 나라의 법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봤다.
그때만 해도 정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고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
월성원전 수사를 하면서 혈세 5000억원을 투입해 수리해놓은 원전을 정권이 바뀌자마자 그냥 영구 정지해버리자고 했던 걸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런 걸 바로잡기 위해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실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됐는데, 그 기간 동안 입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입법에서 발목이 잡히니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원내 입성 후 필요하다면 대통령께 ‘쓴소리’도 할 수 있나.
“음…. (잠시 망설이다) 쓴소리란 단어의 어감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일을 하다 보면 의견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떤 형태로든 의견 교환은 하지 않겠나.
대통령실에서 일할 때도 당연히 건의 드릴 부분은 건의 드렸다.
윤 대통령도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직접 확인하고 소통하는 스타일이다.
필요하다 싶으면 의견 개진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을 떠난 이후 윤 대통령과 통화한 적이 있나.
“공천받은 다음에 대통령께서 전화를 한번 주셨다. ‘지역구에 가서 뼈를 묻으라’고, 그럴 각오로 선거에 임하라고 강하게 얘기하셨다.”
-용인갑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일단은 무엇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공이 가장 큰 현안이다.
산단 들어올 때 대비한 광역교통대책 수립도 중요 과제다.
처인구가 용인시 전체 면적의 80% 가까이 되는데 정작 대부분 교통 인프라는 기흥이나 수지에 몰려 있다.
경강선 연장 등 숙원사업을 반드시 해내겠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