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뭔죄…의사 없다고 ‘무급휴가’ 가라는 병원들

입력 2024-03-06 05:15 수정 2024-03-06 10:07
전공의 집단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진료·수술이 축소되고 환자 수가 줄자 ‘빅5’를 비롯한 전국의 병원들이 직원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나섰다. 병원 수익 악화를 애꿎은 간호사나 일반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전날 직원들에게 한시적인 무급휴가를 허용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병원은 사무·보건·기술·간호직 등 일반직 직원 중 희망자는 1일 단위로 1개월 이내 한시적 무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전날 병동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1주일 단위 ‘단기 무급 특별휴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알렸다.

경희의료원도 마찬가지다. 경희의료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 병원 병동에서 근무하던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전날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무급휴가 강요’로 인한 피해 신고가 전국에서 계속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는 “최근 병상 회전율이 떨어지고 수술을 하지 못해 인력이 남다 보니 무급휴가 강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휴가를 쓰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부서 지원인력으로 보내겠다고 들은 간호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의료 공백이 커지고 병상이 더 많이 비면서 이미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무급휴직을 강요하는 사례가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수술이 축소되고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는 부서는 연차 사용을 강요당하거나 타 부서를 도와야 하는 반면, 전공의 대체 업무가 더해진 부서는 오히려 연차 사용이 금지돼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들의 무급휴가 시행에 대해 의료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인한 환자와 수입 감소는 병원에 그 책임이 있으므로 무급휴가를 장려할 게 아니라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