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지난해 한해만 800건 이상의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인권단체들은 이란 당국이 사형 집행으로 공포를 조장해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있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과 프랑스에 본부를 둔 사형 반대 단체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해 하나로’(ECPM)는 공동 성명을 내고 이란의 지난해 처형 건수가 2022년에 비해 43% 증가해 834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년간 이란의 연간 사형 집행 건수가 800건을 넘은 경우는 지난해와 2015년(972건) 두 차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IHR과 ECPM은 이란 당국이 사회 전반에 공포감을 확산시켜 반정부 시위를 탄압할 목적으로 사형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는 2022년 9월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뒤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왔다.
지난 1월 23세 청년이 2022년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관을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교수형을 당하는 등 2022년 ‘히잡 시위’와 관련해 그간 남성 9명이 처형됐다.
IHR의 마흐무드 아미리 모그하담 대표는 834건의 사형 집행 건수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평가하며 “사회에 공포를 불어넣는 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란 정권의 유일한 방도이며 사형은 이란의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마약 관련 사건 등 다른 혐의와 관련한 사형 집행 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IHR과 ECPM은 성명에서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2023년에 마약 관련 처형이 471명으로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2020년의 18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마약 관련 혐의로 처형된 사람 중에선 소수민족의 비중이 컸다. 이란 남동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발루치족은 167명이 처형당해 전체 사형 건수의 20%를 차지했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 전체 인구에서 소수 수니파인 발루치족은 인구 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런 비율은 상당한 것이라고 이들 단체는 설명했다.
또 사형당한 여성은 최소 22명으로 지난 10년 새 최다를 기록했으며, 이들 가운데 15명은 살인 혐의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배우자와 친지의 학대에 저항해 살인을 저지른 이란 여성들이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
AFP는 작년 집행된 사형 가운데 이란 공식 매체가 발표한 건수는 전체의 고작 15%에 불과해 나머지는 IHR이 취재원을 통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