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비밀요원♥” 채팅에 혹해 우크라戰 기밀 유출

입력 2024-03-06 00:0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한 퇴역 장교가 기소됐다. 공격 목표물을 포함한 기밀 정보는 데이팅 플랫폼에서 우크라이나 여성이라며 접근한 상대방에게 넘어갔다.

미 법무부는 4일(현지시간) 전략사령부(USSTRATCOM)의 전직 직원인 데이비드 프랭클린 슬레이터를 군 정보 무단 유출 및 유출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슬레이터는 63세 남성으로, 미 육군 중령으로 퇴역한 뒤 민간인 신분으로 USSTRATCOM에서 일했다.

슬레이터는 USSTRATCOM 소속이던 2022년 2~4월 해외 데이팅 웹사이트에서 자신을 우크라이나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접근한 A씨에게 군사기밀 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는다. 당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격전이 벌어지던 시기다.

당시 1급 비밀 취급 인가를 보유했던 슬레이터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USSTRATCOM 브리핑에 참석했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A씨에게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슬레이터에게 ‘사랑하는 비밀정보원’이라거나 ‘사랑스러운 나의 데이브’라고 부르며 정보 유출을 부추겼다.

슬레이터는 공격 목표물, 러시아 군사력 파악 자료를 포함한 기밀을 A씨에게 넘기며 호응을 끌어냈다. A씨의 국적이나 성별은 공개되지 않았다. AFP통신은 “공소장에 A씨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슬레이터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징역 10년이 선고될 수 있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 차관보는 “슬레이터는 국가의 안보와 비밀을 보호하겠다는 맹세를 무시하고 고의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전달했다.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미군의 군사기밀 유출은 처음이 아니다. 미군의 잭 더글라스 테세이라 일병은 2022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대화방에서 국방 정보를 올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고, 이날 유죄를 인정했다. 법무부는 테세이라의 유죄 인정 수시간 만에 슬레이터를 기소한 사실을 발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